보물제2809호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  불교신문 자료사진

 
도교 도상 등 다양한
소재 자유롭게 표현
크기와 비례 다른
파격적 상상력 돋보여
 
 
“조선 최고의 조각인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은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킴과 동시에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이런 파격적인 상상력은 후대 민화작품에 보이는 자유로움의 기본이 되었다.” 조선 후기 유행한 민화에서 나타나는 상상력의 시원을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으로 보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일 한국민화학회(회장 정병모)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민화와 불교문화’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정귀선 한국민화센터연구원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은 보물 제486호이다.
 
정귀선 연구원은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 연구’라는 주제 발표에서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에 나타난 서수 또는 동물과 식물의 크기 비례는 전혀 맞지 않으며, 모란 꽃송이가 동물의 몸보다 큰 경우도 있다”면서 ‘파격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서 정귀선 연구원은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은 인종태실을 수호하는 사찰로 왕실의 지극한 보호아래 왕실의 후원에 의해 하려하고 정교한 수미단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귀선 연구원은 “다양한 도상이 출현한다”면서 “특히 <산해경> <삼재도회>와 같은 신 유서의 도상을 받아들여 불교의 수미단에 도교의 도상을 등장시켰고, 불교적 상징을 가진 도상에 길상의 상징을 보태는 과감함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미단을 조성한 조각승과 불상을 조성한 조각승이 동일인이거나 같은 유파일 가능성이 높음을 추정할 수 있다”면서 “수미단의 구성이나 문양의 표현에 보이는 유사성은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다”고 해석했다.
 
정귀선 연구원의 발표에 대해 주수완 고려대 교수는 “백흥암 극락전의 사례를 미술적으로 분석한 참신한 접근이 여러 부분에서 주목된다”면서 “단 위에 봉안된 불상의 조각 양식, 특히 상호 표현과 수미단에 새겨진 인물상의 얼굴 표현을 비교하여 같은 작가, 혹은 유파가 조각하지 않았을까 비교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수완 고려대 교수는 “불단을 순수한 미술사의 관점에서, 그리고 민화적 관점에서 고찰한다는 측면에서 이 논문은 매우 새롭고 신선한 시도”라면서 “차후 도교적 도상들이 왜 수미단에 새겨졌는가를 밝힐 수 있다면, 수미단이 유행하게 된 원인도 근원적으로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는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의 기조강연으로 시작하는 민화와 불교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 연구결과들이 선보였다. △조선후기 불교회화와 민화의 모란화 비교 연구(고승희 동국대 교수 발표, 김석곤 동국대 강사 토론) △고려후기 수월관음보살도와 조선후기 민화의 달 표현 연구(조수연 동국대 박사과정 발표, 김선희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토론) △조선후기 위패형 진영의 성립과 민화적 요소 고찰(신은미 송암박물관 학예연구사 발표, 고진영 녹청자박물관 학예연구사 토론) 발표가 끝난 뒤에는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을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계속됐다.
 
한국민화학회는 “조선후기 민화를 그린 작가는 궁중의 도화서 화원에서부터 불화를 그리는 화승, 지방의 화가 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이번 학술대회에서 민화와 불화와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민화를 그린 화승(畵僧)의 흔적과 그들이 그린 민화 속에 들어있는 불화의 영향 관계를 이해하는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불교신문2945호/2013년9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