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국민화,세계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하다
작성자 월간 민화
작성일자 2014-06-13
조회수 3049
 
 보송니엔, 정병모 교수

중국 민간연화 최고 권위자 보송니엔(薄松年) 교수에게 듣는 민화이야기

“한국민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하다”

보송니엔 교수는 5월 23일~24일 원주 한국고판화박물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참석 차 한국을 찾았다. 이 대담은 세미나 현장에서 이루어진 정병모 경주대학교 교수와의 대화 내용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발췌, 재구성한 것이다. 통역은 윤성무씨가 담당했다.
중국 민간연화와 한국민화의 차이
보송니엔, 정병모 교수님
 
정병모 안녕하십니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잡지 <예술>에 27페이지에 걸쳐 선생님의 학문세계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소개하는 기사를 봤습니다. <예술>은 예술분야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잡지인데다 그렇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생존한 학자를 다룬 경우는 드문 걸로 알고 있는데, 축하드립니다.

보송니엔 <예술>이란 잡지가 예술뿐만 아니라 중국 잡지를 통틀어서 4대 잡지 안에 손꼽히는 잡지라고 합니다. 생존한 학자는 대개 7페이지 정도 소개된 경우는 있지만, 그렇게 많은 페이지는 처음이라고 하는데, 저로서는 과분한 일입니다.

정병모 선생님께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선생님께서 궁금하신 점을 저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보송니엔 정교수는 저하고 친한 사이니까 자유롭게 이야기합시다.

정병모 선생님께서는 이번이 한국을 네 번째 방문하셔서 그동안 한국민화를 많이 보셨다고 알고 있는데, 중국 민간연화와 한국민화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보송니엔 중국 민간연화는 춘절(春節, 한국의 설)을 중심으로 민속적으로 발달했다면, 한국민화는 집안을 치장하는 장식성이 발달했다고 봅니다. 중국 민간연화는 대문 앞에 붙이는 문신과 같은 판화가 제작되었다면, 한국민화는 병풍그림이 주로 제작된 것 같습니다. 중국은 길상 위주의 그림이 발달했다면, 한국은 감상용의 그림도 제작되었습니다. 중국 민간연화는 판화로 제작되어 복제가 용이하다면, 한국민화는 손으로 그려졌습니다. 민간연화에서는 산수화가 그다지 많이 제작되지 않았지만, 한국민화에서는 금강산도처럼 정취있는 그림이 제작되었고 소상팔경도처럼 시적이고 정서적인 그림도 그려졌습니다. 이는 상충 문인들의 품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점 외에 공통점도 있습니다. 문방구와 같은 생활용품에 민화표현이 많이 활용되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한국민화는 중국의 스토리를 한국화한 것들이 많습니다. 삼국지연의도, 곽분양행락도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그리고 한국민화는 구성이나 표현에서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모란그림이나 여러 장르가 조합된 그림에서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병모 중국에는 산수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한국민화에는 산수화가 발달했다는 점을 지적해주신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문제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민화에서 산수화가 많이 그려진 것은 문인화의 영향인데, 그만큼 문인화와 민화가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화의 특색으로 시적이고 정서적인 면이 있다고 보신 것도 우리에겐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수화는 중국에서 발달한 장르이고 산수화에 대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국 민간연화에서 산수화가 발전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보송니엔 중국 민간연화는 민속을 통해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 문 앞에 붙이는 문신으로 시작된 그림이기 때문에 민속적인 특색이 강하고, 상징에 있어서도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길상의 의미가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감상용의 산수화가 덜 발달했던 것 같습니다.

정병모 지금까지 중국 민간연화와 한국민화를 조목조목 비교해주셨는데, 현대 한국민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보송니엔 현대 중국 민간연화는 점점 쇠퇴하는 반면, 현대의 한국민화는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많은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고 상업적으로 유통이 되는 있으며 여러 전시회가 열리는 등 강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기쁘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민간연화는 민속, 한국민화는 민속과 더불어 예술성이 발달
정병모 지금까지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에 제 생각을 붙여서 정리한다면, 한국민화도 중국처럼 문배의 민속을 통해 발전했지만, 중국민화처럼 민속적인 측면 위주로 발달했다기보다는 예술적인 측면도 함께 발달해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일본의 우키요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 역시 에도시대의 역사적인 환경과 더불어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 오늘날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요컨대, 한국민화는 민속성과 더불어 예술성도 뛰어난 전통문화라는 점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송니엔 그러한 점에서 중국 민간연화의 세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민간연화는 민속적인 것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민간연화에는 예술성도 있지만, 기대만큼 그렇게 예술성이 뛰어난 것이 아닙니다.

정병모 2011년 제1회 경주민화포럼에 참석하여 현대 중국 민간연화에 대해 발표를 하셨을 때, 한국의 민화작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현대 한국민화나 중국 민간연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보송니엔 민화나 민간연화는 사회 대중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현대에는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현대적으로 변형을 해야 하는데, 정도가 심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적절하게 조화를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화나 민간연화가 발전하려면 문화수준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도 관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병모 현재 중국에서 민간연화가 명절 때 외에 일반 생활 속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지요?

보송니엔 그렇지 못합니다. 철저하게 춘절과 같은 명절에만 쓰이고 있습니다. 민속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민간연화가 발전하려면 명절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날마다 설을 쇤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서 매일 설처럼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물질적 차원뿐만 아니라 정신적 차원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을 민간연화의 전통에서 그 지혜를 찾아야 될 것입니다.
한국민화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가능
정병모 중국 민간연화를 그린 분 중에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분들이 어떻게 지정되었는지 소개해주십시오. 산둥성 웨이팡(泑坊)을 가보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분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보송니엔 중국 민간연화 자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지, 어느 개인이 지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에서는 세계문화유산인 민간연화의 틀 안에서 ‘대사(大師)’라고 하여 개인 작가를 별도로 지정합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틀을 명예로 여기고 사명감을 갖고 작업하기보다는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정병모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민화라는 아이템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가능한 것이네요. 눈이 번쩍 뜨이는 정보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민화를 세계문화유산이 되도록 노력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삼성도, 청대, 고판화박물관 소장
▲ 삼성도, 청대, 고판화박물관 소장
중국 명 수성노인도
▲ 중국 명 수성노인도
중국 민간연화는 대중들의 마음에 부합된 그림
정병모 선생님이 평생 연구하신 중국 민간연화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중국 민간회화의 특색 혹은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보송니엔 중국 민간연화는 대중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갈망하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는 대중들의 열렬하고 적극적인 소망이 깃들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주변 사정이 어렵다고 해도 대중들은 광명을 갈망하고 세상을 구원하고자 했습니다. 민간연화는 교화적인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십사효(二十四孝) 그림은 사람된 도리를 다하는 유교적 덕목을 그린 것입니다. 민간연화에는 오락성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이면서 즐길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의 상징을 담고 있는 문신의 경우에도 좋은 이미지로 설 기분을 고양시킵니다. 색상은 밝고 강하며 적극적이고, 형상은 적당한 과장과 변형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병모 중국의 전통 민간연화 가운데 현재에도 계승할 만한 그림들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보송니엔 수조우(蘇州) 타우화우(桃花烏)의 수(壽)자그림, 텐진(天津) 량류칭(楊柳靑)의 연연유여(年年有餘)와 같은 어린아이 그림, 우치앙(武强)의 문신(門神)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그림을 주목하는 이유는 민속성과 더불어 예술성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정병모 결국 예술성이 중요한 관건이네요. 끝으로 중국 민간연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보송니엔 중국 민간연화는 중국의 명절과 민속을 통해 형성된 대중들의 마음에 부합된 민간회화의 형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병모 대중들의 마음에 부합된 그림이란 정의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오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한국민화도 세계문화유산의 지정을 추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한국민화가 민속성과 더불어 예술성을 갖추고 있어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한국에 자주 오셔서 좋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보송니엔 감사합니다.
 
 
보송니엔
보송니엔 교수
중국 송대 회화와 민간연화를 연구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현재는 중국 중앙미술학원 교수로서, 중국 정부나 출판사에서 기획하는 여러 전집류 및 출판물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화센터, 고판화박물관, 가회민화박물관의 초청으로 4차례에 걸쳐 방문한 바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중국미술통사>, <중국예술사>, <중국회화사>, <중국연화예술사>, <중국연화> 등이 있다.
 
대담·정리 : 정병모(경주대학교 교수)

   
월간 민화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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