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호재 가나아트회장
작성자 한겨레신문
작성일자 2014-06-10
조회수 3526

“내 친구인 작가들 대접하려는 생각”

한겨레신문 : 2014.06.10

5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이호재 회장. 조각가 아르망의 ‘아폴로’상 앞에 섰다. 그는 말했다. “그림 장사는 말년이 안 좋아요. 화상은 죽으면 그만이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지만, 재단을 하면서 이제 그들을 기록해 역사에 남길 겁니다.”

공공미술재단 만드는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의 진심은?

국내 최대 화랑그룹을 이끌어온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61)은 지난달 깜짝선언을 했다. 수집품들과 계열사 서울옥션 주식 등을 기부해 국내 화랑으로는 처음 공공 문화재단을 설립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은 78년 미술품 방문 판매로 시작해 83년 가나화랑을 세운 뒤 전속작가제 도입, 해외미술시장 개척 등으로 20여년 만에 화랑계 정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재단에 매년 3억~5억원을 지원하고, 작가의 국내외 창작작업실·해외소개 지원, 근현대미술 및 화랑역사 관련 자료 수집 같은 계획을 밝혔지만 발표엔 세부적인 재원 부분이 빠져있었다. ‘상속편의 용도 아니냐’‘화랑이 재원도 별로 없이 자선사업하느냐’ 같은 뒷담화들이 쏟아졌다. 먼저 치고나오기를 선호하는 이 회장 기질에 대한 화랑가의 불편한 정서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언론 접촉을 오랫동안 꺼려온 이 회장을 <한겨레>가 5일 저녁 단독으로 만났다. 중국 작가 링지안 전이 개막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나온 그는 “동고동락한 전속작가들을 위한 아이디어로 꺼낸 것”이라고 털어놨다. 재단 출범의 허술함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게 나만의 일하는 스타일이고, 오랜 전속작가 관리 경험에 아트파크 등 공공시설까지 갖춘 가나 특유의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바탕이 되고있어 두려움은 없다”며 그는 자신만만해 했다. 저돌적이라는 세평대로 말도 거침 없었다.


“거장 만들어낸 서구 화상처럼
미술가들 역사에 자리매김해야


임옥상·박영남 등 가나전속작가
기억하고 대우하는 작업에 매진


장사치로 하대받은 화상·수집가
구술사·자서전 등으로 기억할 것”


“작가와 화상들은 주로 돈얘기만 하죠. 하지만 서구의 유명화상들은 밀어준 작가들과 평생 친구로 살며 고락을 나눴지요. 스위스 바젤의 화상 바이엘러나 프랑스에서 활약한 화상 매그 등은 그렇게 작가들을 보살폈고, 그 교유의 결실을 말년 미술관 작품들로 남겼어요. 바젤의 바이엘러 미술관과 남프랑스에 있는 매그 뮤지엄 등에 가보면, 자코메티, 레제, 미로 등 두 화상이 미술사 반열에 끌어올린 거장들의 체취와 우정들을 느낄 수 있어요. 80년대부터 두 분과 인연을 맺어 현지에 자주 갔던 저는 반드시 미술관, 재단을 해서 가나와 인연맺은 작가들을 역사에 자리매김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생각이 확신으로 굳어진 건 20여년간 수집한 민중미술컬렉션 덕분이었다고 한다. “2000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오윤, 신학철, 손장섭, 임옥상, 안창홍 작가 등이 그린 참여미술품 170여점을 기증했어요. 저와 작가에겐 명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3월 화랑 30돌 행사를 하는데 작가들 하소연이 들려요. 기증컬렉션 들어갔다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더이상 사주지 않고 대우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니다싶었어요. 제 힘으로 키우고 검증하고 교유해온 작가들을 제가 나서서 대우해줘야지하는 생각이 미쳤어요. 그래서 재단 구상이 나온 거죠.”


여느 화랑보다도 끈끈한 것으로 유명한 가나 전속 작가들(임옥상, 박영남, 고영훈, 사석원 등)의 작품을 제대로 대우하고 기억하는 작업들에 매진한다는 게 재단에 대한 그의 속내였다. 87년 미술관 등록을 하려다가 그림 장사꾼이 무슨 미술관이냐는 여론에 밀려 접었던 아픈 기억도 한몫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나아가 학계나 미술관, 화랑계 모두 외면했던 시장사람들, 미술장사치로 하대받았던 화상, 딜러들 이야기를 구술사 기록과 자서전, 전시 등으로 남기겠다”고 했다. “연초부터 재단일은 시작됐어요. 1월 70~80년대 민화수집가 고 조자룡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마당이었던 대갈 축제와 원로 골동상인 우당 홍기대의 구술자서전 발간·기념전시를 우리 화랑에서 기획, 유치했지요. 미술사와 시장의 틈새를 메꾸려는 의도였습니다. 여름 이후엔 전 화랑협회 회장이셨던 박주환 전 동산방 대표에 대한 구술자서전 작업을 3000만원 들여 시작하려 합니다.”


상속수단설을 들려주자 너털웃음을 짓는다. “작품 갖고있다가 슬쩍 넘겨주면 되죠. 뭐하려고 재단에 기부하는 절차를 밟겠어요.”


이 회장은 “재단 미술관 건립이 여의치 않으면 지자체나 작가 개인 미술관에 작품을 기부하겠다는 생각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고 했다. 미술품은 상품이면서 사회적으로 공유해야할 공공재라고 잘라 말하는 그의 진심은 앞으로 수년동안의 시간이 입증해줄 것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가나아트센터 '따뜻한 문화 나눔' 앞장선다

국내 상업화랑 첫 문화재단·미술관 설립
공익+상업 전후방 산업효과로 부정적 사회인식 극복하고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력 기대
역량있는 작가 발굴·지원… 멤버십 미술학교 등 사업 추진
서울경제: 2014.05.27


 

  • 27일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재)가나문화재단 설립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형국 이사장이 이사진들과 재단 운영계획등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윤범모 가천대 교수와 오른쪽 임옥상 조형예술가 등이 이사진으로 재단 운영에 동참한다. /이호재기자.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화선이 될 것인가.

국내 정상급 화랑인 가나아트센터가 문화재단과 미술관을 설립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내 미술계 역사상 상업 화랑이 공익 성격인 문화재단과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은 처음으로, 전후방 미술산업 효과를 통해 미술시장의 자체 파이가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실제

프랑스, 스위스 등 미술 선진국도 화랑이 적극적으로 미술관 건립 등 공익 활동에 나서면서 미술시장 저변이 확대됐고 자연스레 관련 시장이 커지는 발전 궤적을 그린 바 있다.

초대 가나아트센터 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은 김형국 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27일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재)가나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나화랑과 서울옥션의 경영경험과 그간 축적된 미술재(美術財) 축적을 공익화 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상업 화랑이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가나화랑은 1983년 이호재 회장이 설립해 판화공방,출판사업,아트샵 등을 열었고 1999년 현 서울옥션인 서울경매를 출범시켰다. 현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와 장흥 가나아틀리에 등을 두고 있다.

김 이사장은 "미술적 재능이 시장성으로만 평가되거나, 미술계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국 미술계에 긍정적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지난해 12월 19일 발기인 대회를 거쳐 지난 2월 14일 자본금 3억원에 서울시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3월 31일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을 받아 재단으로서 공식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업화랑의 재단 및 미술관은 프랑스 매그(Maeght)미술관과 바이엘러(Beyeler) 재단이 성공사례로 꼽힌다. 프랑스 출신 유명 화상인 애드리앙 매그는 1930년대에 재단을 설립해 역량있는 작가 발굴에 주력했고, 1964년에 프랑스 니스 인근에 뒤샹·미로·자코메티 등의 대표작 등 현대미술품 7,000점을 소장한 매그미술관을 지어 연간 15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지역 명소로 키웠다. 또한 스위스 출신 거물 화상 에른스트 바이엘러는 1970년대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을 창설했고 1997년에 아내와 함께 바이엘러재단을 설립했다. 바젤 인근 리헨에 위치한 바이엘러미술관은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해, 클로드 모네·빈센트 반고흐 등 인상파 화가와 파블로 피카소, 앤디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등의 작품 2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가나문화재단은 올해 △장흥 아틀리에 국내 레지던시 무상 지원 △파리 시떼 아뜰리에 해외 레지던시 무상지원 △미공개 미술자료 발굴전 △가나아트컬렉션전 △출판지원 △멤버십 미술학교 운영 △후원회 구성 등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가나현대미술관'(가칭) 건립을 준비하고, 재단 발의자인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의 사재 출연 및 소유주식 기부로 재단 사업비 조달을 준비한다.

이번 재단 출범은 공익기관인 미술관과 상업기구인 화랑이 전후방 산업효과를 통해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력을 주고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사 사례로 CJ E&M은 영화 생산자인 제작사 투자부터 CGV를 통한 배급망, 영화채널 활용 등의 수직계열화로 국내 영화관객 1억명 시대를 열었다. CJ 엠넷미디어도 음악 기획사 투자와 음원유통 플랫폼 사업과 음악전문 채널 운영 등으로 K팝 전성기를 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미술계 일각에서는 재단이 잘못 운영될 경우 미술계의 거대 권력을 쥔 '공룡'으로 작가 띄우기 등 시장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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