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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화려한 멋 질박한 맛 ... 색다른 민화의 초대
전시회일정 2013년 08월 01일
[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8월 01일(木)
화려한 멋·질박한 맛… 色다른 民畵의 초대
 
문화일보 2013-08-01
 
 
■ 가나아트·호림박물관 강남분관
▲  10폭짜리 채색화 ‘백수도 (百獸圖)’에는 닭, 원앙, 고슴도치와 같은 현실세계의 짐승과 봉황, 해태 등의 상상 속 동물이 함께 그려졌다. 가나아트 제공
▲  문학작품 구운몽은 19∼20세기 초 조선에서 화려한 채색민화 스타일로 널리 제작됐다. 그림은 ‘구운몽도’ 6폭 병풍. 호림박물관 제공
‘민화(民畵)’에 그려진 맨드라미는 계관화다. 그 꽃이 장닭의 볏같이 생겼는데, 닭이나 맨드라미를 그린 민화는 입신출세에의 염원을 담고 있다. 민화에 나타나는 심술꾸러기 같은 물고기 표정에서 해학이 느껴진다. 자유분방한 민화의 특성 때문에 한국 만화의 콘텐츠를 민화에서 찾거나 눈이 부리부리한 민화 속 호랑이 캐릭터를 활용해 스포츠 디자인으로 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여름 민화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2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열리는 채색화전과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의 서울 강남 신사분관에서 9월 14일까지 열리는 민화전은 여러 가지로 대비가 된다.

가나아트와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모두, 들어서면 활짝 핀 화려한 모란꽃이며 오동나무에 꼬리를 늘어뜨린 봉황 쌍, 책거리 그림 속 갖은 도자기와 진귀한 과일 등이 색색으로 그려져 있어, 화려한 색채감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전시관의 전시품을 뜯어보면서 관람객들은 이같이 말한다. “주제는 비슷하지만 가나아트의 것들이 정교하고 고상하다면, 호림의 것들은 질박하지만 우습고 재밌다.” 그리고 다시 보면, 전시 제목이 사뭇 다르다. 가나아트는 ‘길상(吉祥)-우리 채색화 걸작전’이라고 해서 ‘민화’란 말을 쓰지 않았다. 호림은 ‘민화-상상의 나라 민화여행’이라고 내걸어 ‘민화’라는 말을 연거푸 썼다.

‘민화’의 범주가 문제다. 1980년대에 출판된 모든 민화도록에는 어김없이 화려하고 거대한 ‘십장생도’ ‘오봉병’ 병풍에서 조잡한 구도의 문자도 물고기 그림까지 모두 묶어 민화에 넣었다. 궁중이나 귀족사회에서 그려진 ‘십장생도’ ‘해학반도도(바다의 학과 신선의 복숭아)’ ‘요지연도’ ‘행락도’처럼 값비싼 병풍들도 일반 민화로 분류할 수 있는가를 두고 논란이 있다.

근대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의 기록을 보면 집집마다 그림이 붙은 한양의 문화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림을 붙인 것은 예술의 향유 때문이라기보다는 액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고자 한 소박한 믿음 때문이었다. 잘살고 싶은 소망을 담아 집집마다 귀신도 놀랄 만큼 화려한 그림을 붙였던 것이다. 왕실에도 붙이고 시골집에도 붙였다. 민화 수집가로 유명했던 고 조자용 씨는 왕실에서 사용된 장식그림들을 모두 민화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가나아트는 기존에 민화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작품들을 채색화의 범주로 재조명 하고 있다.

호림박물관의 ‘상상의 나라 민화여행’에 소개된 작품은 이 박물관이 30여 년간 수집한 민화 중에서 순수 전통민화로 분류할 수 있는 80여 점이다. 명승지나 사냥터, 화사한 꽃, 새와 동물이 뛰노는 숲 속에 데려다 주는 듯한 느낌을 관람객들에게 준다. 기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화조도’는 집안을 꾸밀 때 더없이 좋은 소재였다. 부부가 서로 금실 좋게 지내면서 많은 자손을 낳고 행복하게 지내라는 의미에서 주로 여자들의 공간인 안방에 많이 놓였다. 이번에 소개된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이 그려진 병풍은 주로 양반가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작품이다. 호림박물관의 민화전은 일부 유물 교체로 1일부터 4일까지는 휴관한다.
 
가나아트의 경우 가로 450㎝에 높이 150㎝의 정교한 ‘책가도’ 10폭 병풍, 이와 유사한 크기의 ‘요지연도’ 8폭 병풍이 시원스럽다. 이번에 출품된 ‘요지연도’는 지금까지의 어떤 ‘요지연도’보다 뛰어난 작품성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 미술사가들의 평가다. ‘요지연도’는 신선들의 화려한 모임을 보여주는데 궁중에서 쓰이던 병풍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크기의 ‘십장생’ 6폭 병풍, ‘해학반도도’ 8폭 병풍, ‘기린도’ ‘용도’ ‘호랑이도’ 역시 거폭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특이한 작품은 ‘백수도’ 10폭 병풍이다. 공작, 봉황, 닭에서 염소, 개, 토끼, 쥐, 호랑이, 기린, 말, 맥, 사자 등에 이르기까지 날짐승과 들짐승 무려 84종이 정밀하게 채색으로 그려져 있다. 18세기 작으로 추정되는 ‘청룡백호도’도 보기 드문 역작이다. 백호 한 마리가 제1폭에 나온 뒤 우람하고 신비스러운 산과 파도의 배경이 7폭까지 이어진 다. 클라이맥스로 제8폭에 청룡 한 마리가 운무 속에 등장한다. 가나아트 전시는 1부에 이어 7월 1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2부로 나눠 열린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작성자 문화일보
작성일자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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